[글마당] 손을 내밀자
상처 주고 미안한 마음에 상처받고 급한 성격에 급한 성격을 탓하니 입술이 시리고 아리다 시린 입김이 몸속에 퍼진다 돌고 돌던 찬 기운이 가슴에 앙금으로 남는다 땅속에서 겨우살이하는 풀벌레 울음소리 이어질 듯 말 듯 한 적막한 섣달 그믐밤 속마음과 조우한다 사랑과 기쁨은 제 본분으로 바빠 자리를 비우고 자만 오만 거만의 슬픈 입자들은 무거워 바닥에 눌려있다 오래 살수록 몸은 추운 법 몸이 추우면 마음은 더 추운 법 새해에는 새날을 맞자 그만 아프자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자 내 가슴이 데워진다 우리 사이에 벚꽃이 뭉실뭉실 피어난다 정명숙 /시인글마당 풀벌레 울음소리 섣달 그믐밤